“지금 이 순간, 세계 어디에선가는 그를 언급한다. 이만한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상가다.” 최근 방한한 미국 ‘앤디워홀 미술관’ 토마스 소콜로프스키 관장은 워홀을 이렇게 평가한다.
미국의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1928~87)은 현대미술을 얘기하며 빼놓을 수 없다. 미술은 물론 광고, 디자인 등 시각예술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올해로 작고 20년이지만, 미술시장에선 최고가의 작가이고, 어느 곳에선가는 그의 작품전이 열린다.
삼성미술관 리움의 ‘앤디 워홀 팩토리’전(6월10일까지)은 워홀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기회다. 또 잡다한 일상사물과 대중문화를 미술에 끌어들여 순수·대중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린 팝아트의 진수를 보는 자리다. 2개층에 걸친 전시장에는 200여점이 나와 있다. ‘브릴로 상자’ ‘캠벨수프 통조림’ ‘코카콜라병’ 등 사물, ‘마릴린 먼로’ ‘재키’ ‘마오쩌둥’ 등 대중스타·정치인들을 소재로 삼아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찍어낸 작품이 중심이다. 이들 유명작 외에도 끔찍한 사고 현장을 응용하거나 50년대 상업디자이너로 활약하던 시기의 작품들, 많은 자화상과 사진, 그가 만든 영화도 상영 중이다.
사실 팝아트, 워홀 작품에 대한 정보가 적은 관객들은 “도대체, 왜, 뭐가 대단하다는 거지”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 유명하다는 ‘브릴로 상자’는 그저 당시의 비누상자를 갖다놓은 듯하고, ‘마릴린 먼로’는 먼로의 사진을 약간 변형시킨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홀의 위대함은 기존 전시회와는 전혀 다른 감상법을 필요로 한다는 데에 있다.
40년 전으로 돌아가봐야 한다. 그는 ‘미술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동네 슈퍼마켓의 비누상자를 ‘작품’이라며 전시장에 선보인 것. 당연히 ‘고상한’ 미술계는 충격에 빠졌다. “과연 작품인가, 아닌가”란 논란과 함께 “미술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와해시키고, 미술에 대한 기존 관념을 깨뜨린 것이다. ‘미술의 종말’이란 말도 나왔지만, 일상사물·대중문화를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점에서는 미술의 ‘무한한 자유획득’이다. 미술의 새 장을 연 것이다.
워홀은 대량생산이 가능한 실크스크린을 미술기법으로 도입했다. “나는 기계가 되고 싶다”고 외친 그는 작업실을 “팩토리(공장)”라 불렀고, 작품을 ‘찍어’냈다. 숭고한 작품을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상품’으로 전락시킨 것으로 작가의 독창성이나 작품의 고유성 등 기존 미술관념을 뒤집었다. ‘마릴린 먼로’ 초상화는 잘 들여다보면 개성·감정 등을 철저히 없앴고, 슈퍼마켓 진열대처럼 반복구성함으로써 아예 생명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사물로 인식되도록 했다. 사람이 죽어가는 섬뜩한 자동차사고 현장 사진을 활용한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그의 작업은 대량생산·대량소비사회, 인간도 무심한 기계가 되는 현실, 인간의 감정까지도 상품화되고, 매스미디어가 쏟아내는 무한정의 이미지들 속에서 무감각해지는 현대인들을 담아냈다.
결국 이번 전시는 작품의 아름다움을 체험하는 게 아니다. 통념을 전복시켜 미술의 새 틀을 만든 워홀의 앞선 작가정신, 그 혁명성이나 신선함을 즐기는 자리다. 전시회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전시 등도 마련돼 있다.
출처: 미디어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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