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ude Williamson Trio
South Of The Border West Of The Sun
Claude Williamson - piano
Andy Simpkins - bass
Al 'Tootie' Heath - drums
02. Star Crossed Lovers / D. Ellington
03. Robbin's Nest / Thompson, Jacquet
04. Embraceable You / G. Gershwin
05. Pretendo / Dauglas, Parman, Lavere
06. Corcovado / A. C. Jobim
07. As Time Goes By / H. Hupfeld
08. West Of The Sun / C. Williamson
01. South Of The Border
02. Star Crossed Lovers
03. Robbin's Nest
04. Embraceable you
05. Pretendo
06. Corcovado
07. As time goes by
08 West Of The Sun
11. My Romance
탐미적이며 허무주의적인 사상과 재즈와 대중음악을 소설에 절묘하게 매치 시켰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에 등장하는 스탠다드 명곡 을 담은 클로드 윌리암슨 트리오의 대표적인 명반으로 국내에서도 꾸준한 판매를 이루며 피아노 트리오 재즈의 명반으로 자리잡은 베스트 셀러이다. 그의 피아노 터치는 너무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우아하고 애절함을 전해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데 이런 요소가 우리나라 음악 팬들의 정서와 잘 매치되어 더욱 친숙해질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하였다. 모두 8곡을 담은 이 앨범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Corcovado’를 비롯하여 냇 킹 콜(Nat King Cole)의 목소리로 유명한 'Pretend'와 영화 카사블랑카의 주제음악으로 쓰였던 'As Times Goes By'는 원곡이 지니고 있는 감성을 부각시켜 더욱 애절한 느낌으로 연주하고 있으며 하루키가 운영했던 재즈 클럽의 이름이기도 한 'Robin's Nest'와 메인 테마의 성격이 짙은 'Star Crossed Lovers' 등 소설에서 이루어지는 상상속에 연주를 윌리암슨 트리오의 수채화와 같은 서정으로 들려주고 있다. (Oi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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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남쪽,태양의 서쪽" 하고 그녀는 말했다. "뭐지? 그 태양의 서쪽이라는 것은?"
"그런 장소가 있어요" 하고 그녀는 말했다.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라고 하는 병 들어 본 적 있어요?"
"잘 모르겠는데." "옛날 어느 책에선가 그런 이야기를 읽은 일이 있어요. 중학생 시절이었든가. 무슨 책이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나지만... 아무튼 그것은 시베리아에 사는 농부들이 걸리는 병이예요. 있잖아요. 상상해봐요. 당신이 농부고, 시베리아의 벌판에서 홀로 외로이 살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매일매일 밭을 갈아요. 사방을 아무리 둘러 보아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죠. 북쪽에는 북쪽의 지평선이 있고, 동쪽에는 동쪽의 지평선이 있고, 남쪽에는 남쪽의 지평선이 있고, 서쪽에는 서쪽의 지평선이 있어요. 그저 그것뿐. 당신은 매일 동쪽 지평선에서 태양이 떠오르면 밭으로 나가 일을 하고, 그 태양이 머리 위에 올라와 있으면 일하던 손을 멈추고 점심을 먹고,그리고 서쪽 지평선으로 해가 기울면 집으로 돌아가 자는 거예요." "그런 생활은 아오야마 부근에서 바를 경영하고 있는 것과 몹시 다른 종류의 인생일 듯이 들리는데."
"그렇겠죠" 하고 그녀는 말하고 웃었다. 그리고 아주 조금 고개를 기울였다.
"몹시 다르겠죠. 그런 생활이 계속 몇 년이고,몇년이고,매일 계속돼요."
"하지만 시베리아에서는 겨울에는 밭을 갈 수 없을 텐데."
"겨울에는 쉬어요, 물론." 하고 시마노토는 말했다.
"겨울에는 집안에 있으면서,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지내죠.
그리고서 봄이 오면 바깥으로 나가 밭일을 해요. 당신은 그런 농부인 거예요. 상상해봐요."
"해보지." 하고 나는 말했다.
"그리고 어느 날,당신은 내면에서 무엇인가가 죽어 버리고 말아요."
"죽다니, 어떤 것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몰라요. 무엇인가요. 동쪽 지평선에서 떠올라, 높은 하늘을 질러서,서쪽 지평선으로 기울어가는 태양을 매일매일 보고 있는 사이에, 당신 속에서 무엇인가가 뚝하고 끊어져서는 죽어 버리는 거예요. 그리고 당신은 지면에다 괭이를 내던지고는,그대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하염없이 서쪽을 향하여 걸어가는 거예요. 태양의 서쪽을 향해서.그리고는 무엇에 홀린 듯이 며칠이고 아무 것도 마시지도 먹지도 않고 줄곧 걷다가, 그대로 지면에 쓰러져 죽고 말아요. 그게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예요."나는 대지에 엎드려 죽어가는 시베리아 농부의 모습을 머리 속으로 떠올렸다. "태양의 서쪽에는 대체 무엇이 있는데? " 하고 나는 물었다.
그녀는 또 고개를 저었다. "난 모르죠.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는 지도 몰라요. 아니면 무엇인가가 있는지도 모르고.하지만 아무튼, 그것은 국경의 남쪽과 좀 다른 곳이예요"
무라카미 하루키 저서, '국경의 남쪽,태양의 서쪽'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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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은
결론적으로 중년 생활의 위기를 다루는 대담한 소설이다.
이 작품은 남녀 주인공의 입에 지긋지긋할 정도로 달콤한 사랑의 언어를 담게 하고,
하지메의 성공에서 단 하나 부족한 삶의 '의미'를 약속한다.
그러고는 그 이상을 빼앗아가고,
주인공을 사막 같은 행복한 결혼 생활과 재정적 안정 속에 방치해둔다.
사막 같은 행복, 이것은 결국 반복적이고 무미건조한 평범한 일상이 되는 것이다.
하지메-험프리 보가트와 그의 잉그리드 버그먼은 헤어지지만,
그에게는 평생 가슴 속에 묻어둔 숭고한 사랑 따위가 전혀 남아 있지 않다.
그에게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사라진 완벽한 결혼생활'만'이 남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끝날 수는 없어"라고 그는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물론 이야기는 그렇게 끝이 난다.
주인공은 고등학교 시절에 자신이 배신한 이즈미의 눈에서 보았던 '공허함'에 휩싸인채,
여전히 중년의 위기 속에 남게 된다.
재즈 클럽에서 하지메는 피아니스트에게 듀크 엘링턴의
'엇갈린 운명의 연인 (The Star Crossed Lovers)'을
더 이상 연주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왠지 '카사블랑카' 같군요!"
피아니스트는 이렇게 말하고는 이따금씩 눈을 반짝이며
'시간이 흘러가면서 (As Time Goes By)'를 연주해준다.
하지메가 전에 좋아하던 엘링턴의 곡을 듣고 싶어하지 않는 것은
사카모토씨가 생각나서가 아니라,
더 이상 그 곡을 들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소설은 '중년의 패배'를 선언하며 끝난다.
하지메는 워즈워스가 썼듯이, "지상에서 한 가지 영광이 사라졌다"라는 사실만을 깨달은채..
제이 루빈의 저서 '하루키 문학은 언어의 음악이다'를 조금 인용한 글이다.
이책의 초반부에서 제이 루빈은 하루키 문학의 성공비결을 '리듬'이라고 단정한다.
네, 4박자의 편안하게 스윙하는 재즈처럼,
하루키의 문학은 독자들을 사로잡는 묘한 리듬의 진행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사건 전개의 리듬..
혹은 인물들의 대화에 존재하는 리듬 등등..
'상실의 시대'도 그렇고 이 책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도 그렇고..
이 두 책은, 과거에 집착하는, 그 어떤 강한 흡인력때문에
아주 오랜시간동안 방황하게 되는,
'어떤 종류의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먼 과거에 겪었던 그 어떤 일..
그런 종류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못해서,
과거에 집착한다기 보다는 겉으로는 드러나진 않지만,
항상 어쩔 수 없이 그사람의 잠재의식속에 녹아있게 되나 보다.
결국, 그 상처 (혹은 잔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되고,
그것으로 인해 현재를 살아간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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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는 재즈가 자주 등장한다. 재즈의 등장은 언제나 즐겁다. 재즈를 좋아하는 소설가는 정말 많다. 소설에서 재즈의 사용방법을 보면 작가의 센스와 재즈에 대한 조예를 알 수 있어 재미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사용방법은 그의 뛰어난 문장만큼 빼어나다. 그다지 티도 나지 않게 재즈를 사용한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그의 소설에선 멋진 재즈가 들려온다. 남자의 낭만과 미의식이 들어 있는 빌 에반스(Bill Evans)의 피아노를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의 재즈 지식은 어설프지 않다. 아니, 지식이라고 하면 표면적인 인상을 줄지도 모른다. 조예가 깊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듯하다. 의외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원래 재즈카페의 경영자였다. 재즈카페의 오너라고 하면 재즈 팬에게는 재즈의 스승과 같은 존재이다. 전문적인 지식은 물론 재즈에 대한 예사롭지 않은 정열을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직업이다. 재즈 팬이라면 누구나 존경하고 동경하는 직업이다. 또한 필자가 아는 한 그는 당시 2장의 재즈 음반의 라이너 노트(Liner Note)를 썼다.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귀중한 라이너 노트다. 재즈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이 담겨 있어 이상적인 라이너 노트로 삼고 있다.
'순애 붐'을 일으킨 <노르웨이의 숲> 이후 발표한 연애소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도 스테디 셀러가 되었다. 약간은 타고 났지만 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는 남자에게 잠재되어 있는 극히 평범한 그러나 무서운 죄악감을 파고드는 작품이다. 이 소설에는 클래식과 팝 음악도 조금씩 나오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재즈. 주인공은 여하튼 재즈 바의 오너이다. 재즈 바의 이름은 <로빈스 네스트(Robbin’s Nest)>. 유명한 디스크 자키(Disc Jockey)에게 바치는 색소폰 연주자 일리노이 자케(Illinois Jacquet)가 작곡한 재즈 스탠더드 명곡의 타이틀이다. 무척 세련된 곡으로 역시 그의 센스가 빛을 발하는 곡이다.
샛길로 빠지는 이야기지만 이 소설에서 두 차례 나오는 냇 킹 콜(Nat King Cole)의 노래
본론으로 돌아가서 소설의 주인공은 어린시절부터 재즈의 매력에 빠져 대학진학을 위해 상경, 졸업 후 샐러리맨이 된 후 재즈 바를 경영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자전적인 스토리이다. 소설에는 주인공이 좋아하는 재즈 곡, 추억의 곡이 연이어 등장한다. 재즈 바 경영자로서 재즈관등이 나와있어 이것이 저자의 재즈관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읽기도 하고… 그런 주인공이 좋아하는 재즈 넘버를 클로드 윌리암슨이 연주한 것이 바로 이 앨범이기도 하다. 클로드 윌리암슨은 웨스트 코스트의 베테랑 백인 피아니스트로 일본에도 팬이 많다. 클로드가 얼마나 일본 재즈팬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지 이 앨범을 통하여 알 수 있을 꺼라 생각한다.
클로드 윌리암슨은 1926년 11월 18일 버몬트 주 브래틀보로에서 태어났다. 7세 때 피아노를 시작해 10년간 클래식을 공부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3년간 보스턴의 뉴 잉글랜드 음악원에 진학, 프로로서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47년 캘리포니아로 건너가 찰리 버넷(Charlie Barnet) 악단에 참가하면서 부터이다. 1950년부터는 가수 준 크리스티(June Christy)의 반주활동을 시작, 자신의 트리오와 버드 생크(Bud Shank), 하워드 럼시(Howard Rumsey) 등과 활동을 하게 되었다. 50년대에 전성기를 맞아 웨스트 코스트 재즈의 대표적인 존재가 되었으며, 60년대 이후는 TV쇼의 밴드, 스튜디오 뮤지션 활동을 계속했으나 재즈씬에 있어서의 중요한 활약은 없었다.
클로드가 다시 자신의 리드 앨범을 레코딩하게 된 것이 70년대 후반부터다. 이러한 실질적인 '컴백'은 재즈 팬들을 즐겁게 했다. 웨스트 코스트에서 40년 이상 활동을 계속해온 클로드 윌리암슨의 피아노는 모던 재즈 피아노의 스타일을 완성시킨 버드 파웰(Bud Powell)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파웰은 다수의 피아니스트에게 영향을 미쳤으나 클로드는 '백인 파웰'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세련되고 명쾌한 자신의 피아노 스타일을 확립했다. 참가 멤버도 베테랑으로 수많은 레코딩에서 명연을 들려주었다. 베이스의 앤디(앤드류) 심킨스(Andy Simpkins)는 1932년 리치몬드 출신. 50년대후반부터 스윙&펑키한 연주로 인기를 얻었던 스리 사운즈(The Three Sounds)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피아노 트리오 편성에 있어서 앤디의 견실한 베이스 워크는 정평이 나있다. 드럼의 알 히스(Al 'Tootie' Heath)는 1935년 필라델피아 출생. 형인 퍼시(Percy)와 지미(Jimmy)도 재즈맨. 알은 제이 제이 존슨(J.J. Johnson), 허비 행콕(Herbie Hancock)과 히스 브라더스(The Heath Brothers)와의 연주로 유명하다.
수록곡은 소설에는 등장하지 않는 마지막 트랙
세련되고 로맨틱한 이 피아노 트리오 앨범을 듣고 있으면 국경의 아득한 남쪽, 모로코의 도시 카사블랑카의 클럽으로 듣는 이를 인도하는 듯 하다. 소설처럼 영화의 세계처럼…
글. 타카이 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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