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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vador Da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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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 문예반 시화전에 걸었던 시의 마지막 부분이다. 사춘기의 우울한 자화상의 반영이기도 하고 생에 대한 환멸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자살과 살자를 뒤짚어 결국 ‘살자’로 결론 내렸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죽음을 염려하거나 두려워 하는 것과 자살은 다른 문제이다. 생명의 탄생과 소멸 과정을 생의 자연스런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우리들의 운명이다. 그 자연스러움에 대한 반역이 자살이다.

자신의 생에 대한 주체적 권리로서 자살을 바라볼 것인지 아니면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인 행동으로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자살의 문제를 개인과 사회,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물론 개인의 문제로 국한시킨다 하더라도 자유인의 권리인지 아니면 불가피한 선택인지의 문제는 남게 된다. 인간이 자신에게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 자유인가, 생의 극단에서 불가피하게 선택하는 절망인가.

2005년 통계에 따르면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자살로 사망한 사람이 1.5배나 된다. 하루도 빠짐없이 뉴스시간마다 마주하는 교통사고와 사망자들의 모습 이면에 감추어진 자살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1만 2천여 명이 한 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대한민국에서만 매일 30여명이 자살로 죽는다는 이야기다. 최근의 연예인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해 뉴스에 오르내리지만 신분과 나이, 직업, 종교와 무관하게 지속되는 자살은 무엇인가.

이진홍의 <자살>은 사회적 측면에서 그리고 문화와 환경, 윤리적 측면에서 다각도로 자살의 의미를 살펴보는 책이다. 살림지식총서의 특성상 제한된 분량이지만 에밀 뒤르깽의 <자살론>이나 죽음과 관련된 책들이 부담스럽다면 가볍게 접근해 볼만 책이다. 자살을 역사적 측면에서 고차원적으로 바라보는 책도 아니고 심리적 배경이나 사회 문화적 관점으로 깊이있게 다루고 있지는 못하지만 가볍게 그러나 진지하게 읽을 만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살은 설사 그 사람 자신에 있어서는 부정한 일이 아니라 할지라도 국가에 대해서는 하나의 부정이다”라고 단언했다.(니코마코스 윤리학, 제5권 15장) - P. 25

아주 오래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이 말은 자살을 개인이 아닌 국가의 차원에서 바라본다. 개인의 인권보다 국가의 권력이 우선시되던 시대이니 당연한 말이다. 관점은 달라졌지만 종교와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때로는 유행처럼 번져나가기도 한다. 주변에서 마주치는 사고사나 병사, 자연사와 달리 자살은 그 휴유증과 파장이 만만치 않다.

대개의 경우에는 오직 스스로를 파괴해 버리고자 했던 강력한 의지를 제외한 다른 분명한 해독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자살의 원인은 영원한 비밀로 남을 뿐이다. - P. 53

유서로 밝혀진 단순한 이유만으로 알 수 없는 자살의 원인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더라도 생에 대한 욕망을 극복할 만한 강렬한 유혹은 무엇일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은 자살의 유혹이나 충동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다. 비록 미수에 그치건 성공하건 개인의 운명은 이후에 극명하게 갈라지게 된다. 그것은 단순한 생과 사의 문제가 아니라 죽음과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의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쉽게 말하고 더 쉽게 잊는다. 지나간 시간들과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망각은 생을 좀 더 행복하고 단순하게 살아갈 수 있는 원천이 되는지도 모르지만 묻혀버린 진실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 이진홍은 이런 말로 <자살>이라는 책을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진실을 말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극지에 서는 것과 같이 위험한 일이다.”(태공망, 文師)

글 출처: http://blog.naver.com/cognize       

BGM: Eleni Karaindrou - Mem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