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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ary Photography

사진작가 최민식


육신의 한 부분을 미리 자연 속으로 돌려보낸 사람들의 삶도 도무지 가벼워 보이지가 않습니다.

(1985년 부산. 극장가에서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그곳을 지키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청년의 모습)

사진작가 최민식

57년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해 50여년을 민중들의 삶을 찍어온 사람.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만 찍다가 간첩으로 몰려 경찰서를 제집 드나들듯 하고,

돈도 안되는 사진을 찍는다며 온갖 고초를 당하면서도,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존엄성과

그것에 기생하는 권력의 부조리함을 알리기 위해

오늘도 80이 가까운 노구에 카메라 두대를 걸쳐매고

자갈치 시장으로 향하는 사람.

사진보다 인간을 더 사랑하는 사람.

그의 사진 곳곳에 묻어 있는 애정이 전해와

쉽게 눈을 뗄 수 없는 사진들...







불순함이라고는 없는 노동에 저토록 수모를 당해야 하다니

때로 세상의 정의가 불한당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1972년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한 노점상 여인이 단속반에 끌려가고 있는 애처로운 모습)

외로움과 죽음의 관념을 이겨내고 비로소 환해지는 우리의 영혼처럼...

(2004년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갈매기 한 마리가 할머니 머리에 잠시 앉았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더 가파른 곳에 올려놓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때라야 평지에 있는 자신을 향해 웃을 수 있는 것일까요?

(1968년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짐을 기다리던 지게꾼이 사진작가를 보며

활짝 웃고 있는 모습. "잘 찍어달라"는 부탁까지 했다고.)



거리의 부녀를 눈여겨보세요. 손으로 소음을 막아주고,

다리로 허우적거리는 아이를 잡아주며

아버지는 딸아이의 잠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1963년 부산)
























왜 어머니의 팔은 아이를 품어줄 수 없는 것일까요?

왜 어린 소녀는 힘겹게 누군가를 업고 있는 것일까요?

(1969년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서 있는 어머니 젖을 누나 등에 업힌 채 물고 있는

아이의 모습. 어머니는 손에 밴 비린내 때문에 아이를 안지 못 하고 있다.)





한국 리얼리즘 사진의 거장, 최민식


1928년 황해도 연안 출생.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2년제 미술학원을 제외하곤 정규교육을 받은 적 없이

독학으로 사진 연구.1962년부터 인간을 주제로 사진을 찍기 시작함. 1993년 개인 사진집 <인간> 제 8집 출간.

그의 사진엔 어머니, 목메어 부를 나의 어머니가 있다.

입술이 갈라 터진 누이의 긴 한숨이 있으며, 생의 파편에 검은 피를 흘리는 아버지가 있다.

엄마를 부르며 보채는불쌍한 내 어린 동생의 악에 바친 울음소리가 있고,

살아남은 자의 슬픔, 그 가난의 절규가있다.

쓰러져가는 청춘의 짙은 그림자가 있고, 다시, 나의 어머니의 멍한 눈빛과 주름이 있다.

그리고, 그리고그곳엔 사람이 있다.한때 외면했던 너와 나의 피붙이들이.

한때 너와 나의 손을 적셨던 사람의 눈물과 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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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사진을 창작하는가? 그중에서도 왜 인간을, 그것도 가난한 사람을 표현하는가?

사진 창작은 어느덧 내 삶의 전부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게 사진은 예술이라기 보다는 삶 그 자체다. 그런 의미에서 내 사진은 인간이

걸어온 길의 흔적과 그 의미를 찾는 데 오랜 세월을 보낸 작업이다.

나에게 있어 사진창작은 민중의 삶의 문제를 의식하는 것, 민중의 참상을 기록하여

사람들에게 인권의 존엄성을 호소하고 권력의 부정을 고발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현실이 가진 구조적 모순을 알리기 위해서는 가난한 서민들에 대한 사랑이 먼저 사진 속에 녹아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어 현실 극복의 의지를 일깨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늘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창작활동을 해 왔다. 이것이 내 사진에 담긴 휴머니즘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사진활동을 시작한 무렵의 우리나라 사진계의 현황은 아직 '다큐멘터리 사진'이라는 장르가 정립되기 이전이었다.

나 역시 그런 환경에서 사진을 시작하면서 다큐멘터리에 대한 체계화된 이론을 갖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진실한 사진이 갖는 힘과 사회적 역할은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지니고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현실 속의 사람이 늘 관심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리라.

50년을 하루같이 '인간'이라는 테마를 쫓아 카메라를 잡았다. 끈질기게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했고,

그리고 서민들의 생활주변에서 삶의 진실성과 허식 없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포착하려고 노력해왔다.

'내 사진이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리게 할 것인가,

사진이라는 수단을 통해 내가 바라보는 시선을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

그리고 사진은 나를 위하여 무엇을 남겨 줄 것인가'를 자문하면서 진지하게 셔터를 눌렀다.

사진은 원래 아름다운 흑백으로 탄생했다. 흑백사진은 거의 한 세기 동안 사진의 주된 표현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아마추어 사진가들에게 흑백사진이 인기 있었던 이유는 찍기가 간단하고 저렴하며 암실작업도 손수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진이 표현하는 실제 세계는 흑백과는 매우 다르다. 온통 화려한 색깔로 뒤덮여 있다.

컬러 주류가 된 요즘 세상에 아직도 흑백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사진을 진지한 창작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흑백은 컬러보다 더 추상적이며 우리 현실 모습과 상당한 거리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강렬하게 보인다

최민식 작가님의 자서전에서 발췌

최민식 작가님의 사진을 볼 수 있는 곳

임시야간숙소

브레히트

듣건대 뉴욕 26번가와 브로드웨이 교차로 한 귀퉁이에
겨울 저녁마다 한 남자가 서서
모여드는 무숙자들을 위하여
행인들로부터 돈을 거두어 잠시 야간 숙소를 마련해 준다고 한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이 세계가 달라지지 않는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착취의 시대가 짧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몇 명의 사내들이 임시 야간 숙소를 얻고
바람은 하룻밤 동안 그들을 비켜가고
그들에게 내리려던 눈은 길 위로 떨어질 것이다

책을 읽는 친구여, 이 책을 내려놓지 마라
몇 명의 사내들이 임시 야간 숙소를 얻고
바람은 하룻밤 동안 그들을 비켜가고
그들에게 내리려던 눈은 길 위로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방법으로는 이 세계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착취의 시대가 짧아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