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 바르트는 그의 저서 <카메라 루시다>에서 '스투디움'과 '푼크툼'이라는 라틴어를 언급하고 있는데, 스투디움과 푼크툼은 사진을 볼 때 롤랑 바르트가 구별하던 기준선같은 것이었다. 스투디움[Studium]은 사물이나 혹은 사람에 대해 열성적이면서 호의적인 관심을 보이기는 하지만 특별한 강렬함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감정을 의미한다. 반면에 푼크툼은 라틴어로 점(點)이라는 뜻이며, 화살처럼 꽂혀오는 어떤 강렬함을 뜻한다.
하나의 사진이 뾰족한 창처럼 나를 찌르고, 나를 상처입히고, 나에게 얼룩과 흔적을 남긴다. 음습했던 학생회관 지하실에서의 기억들과 무망(無望)했던 날들의 아픔이, 이 사진 속, 비에 젖고 구겨진 코트자락처럼 내게 감겨오곤 한다. 젖어있는 보도블럭은 한때 내가 디뎠던, 혹은 지금 내가 딛고 선 삶의 무늬이면서 이 사진이 피워 올리는 습기는 화살처럼 나를 관통한다. 그리고 그 습기들은 헤쳐진 내 가슴 곳곳의 틈새마다 슬픔의 곰팡이를 피워낸다. 내가 서성거렸던 그 자리, 아직도 비가 내리고, 바람은 빗줄기를 파편처럼 흐트러뜨리는 그 곳, 그 자리에 당신이 서있다.
비를 맞고 있는 당신, 쓸쓸한 당신....우산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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